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늘 우승에 목 마르다. 1992년 이후 23년 동안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KBO리그 최강의 팬을 보유했지만 롯데는 팬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새 사령탑인 조원우 감독 아래 올 시즌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는 롯데. 그들의 애환과 기쁨,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김진성의 자이언츠 스토리'를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부산일보 김진성 기자]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취약점 중 하나는 신인 발굴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발굴'은 잘 하는데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 예전 칼럼에서 롯데의 선수 육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어 그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한다.
올 시즌 롯데는 예년에 비해 다른 모습이 있다. 신인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프랜차이즈급 선수들 위주로 한 시즌을 보낸 것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선발 마운드만 보더라도 박세웅과 박진형 등 신인들이 2명이나 있다. 불펜에는 김유영도 신인이다. 여기다 롯데 타선의 활약을 불어넣고 있는 나경민도 가세하고 있다.
롯데가 시즌 후반기 들어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시즌 막판 중위권 도약을 기대하는 것은 '영건'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건'의 대표주자 박세웅의 비상
올 시즌 롯데의 최고 '영건'은 박세웅(21)이다. 시즌 초반 4~5선발 한 자리를 꿰찰것이란 기대를 받았던 그는 시즌 후반기에 들면서 '토종 에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조쉬 린드블럼과 송승준, 노경은 등 롯데의 선발 마운드가 붕괴 직전까지 몰릴 때 그나마 굿굿이 자리를 지켜준 것은 박세웅이다.
박세웅이 올해 이렇게까지 선전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지난해보다는 분명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있었지만 '히트상품'이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경북고 출신으로 지난해 롯데로 트레이드 된 박세웅은 그해 2승 11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올해는 13일 현재까지 7승 8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무엇보다 선발 마운드의 한 축으로 현재까지 101이닝을 책임져 주고 있어 코칭스태프로서는 든든한 선발 자원이다.
박세웅은 지난해까지 제구력이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 올해도 기복이 조금 있긴하지만 제구력이 많이 좋아졌다. 올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제구력 난조를 어떻게 이겨낼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공을 던지는) 느낌을 조금 바꾸면 제구력이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었다.
박세웅은 투수의 자질이 타고 난 것 같다. 올해 박세웅의 포크볼이 결정적인 순간에 위력을 발휘했는데, 올해 초 스프링캠프 때 송승준에게 잠시 배운 것이다. 소위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포크볼을 자신의 주무기로 삼은 것이다.박세웅은 포크볼을 무기로 올해 10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멘탈도 강해졌다. 지난해 박세웅은 경기 초반 1~2점 내주면 무너지는 경향이 많았지만 올해는 초반 실점해도 5~6회까지는 버틴다.
박세웅은 롯데 레전드인 최동원과 염종석의 후계자로 기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경 에이스'라고도 한다.
박세웅은 "최동원과 염종석 선배님들과 비교 자체가 영광이다. 선배님들이 해낸 기록을 나도 세워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롯데 '마당쇠' 박진형
박진형(22)은 롯데의 마당쇠다. 선발과 불펜 어디든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한다.
박진형은 시즌 초만해도 존재감이 미비했다. 선발은커녕 불펜에서도 패전용으로 잠시 등판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서 박진형은 놀랄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던 송승준이 시즌 초반 부상으로 2군으로 잇따라 내려가면서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5월 22일은 박진형에게 잊지 못할 날이다. 박진형은 이날 당시 1위를 질주하던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환상적인 피칭을 했다.
강릉고 출신으로 2013년 롯데에 입단한 박진형은 지난해 2경기에 출전했다. 올해 프로 데뷔 첫 선발 투수로 나선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두면서 롯데의 새로운 선발 마운드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한 달가량 선발 마운드에 활약하던 박진형은 송승준의 부활과 노경은의 합류로 다시 불펜으로 내려갔다. 그는 불펜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선발 투수와 '윤길현-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조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하지만 박진형은 이달 들어 또다시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송승준의 부진에 따른 대체 선발이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당시 박진형을 선발로 돌리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박진형을 선발로 보직 변경할 경우 불펜이 약해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선발로 변신한 박진형은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롯데 선발 마운드에 힘을 실었다.
박진형은 올해 총 33경기에 출전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했다. 불펜으로 나섰던 24경기에서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5. 27을 기록했다. 선발로 등판한 9경기에서는 4승 1패, 평균자책점 4.87이었다. 기록만 놓고본다면 박진형은 선발로 더 적합한 것 같다.
박진형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 타선의 새로운 활력소 나경민
혜성같이 나타났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전반기 막바지 나경민(25)의 등장으로 상당수 롯데팬들은 "자이언츠에 이런 선수가 있었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기존 롯데 타자들은 타석에 들어서면 두려움 없이 스윙을 했지만 끈질긴 면은 없었다. '홈런 아니면 삼진'이란 생각으로 나름 화끈한 야구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방망이가 불을 붙을 때는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빈타에 허덕이고, 맥빠진 경기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타석에서 끈질긴 승부로 상대 투수를 괴롭히고, 출루 이후에는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영을 흐뜨려 놓은 나경민을 보고는 많은 팬들이 롯데에 정말 필요한 선수라고 입을 모았다.
나경민은 덕수고 재학시절이던 2009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국내로 돌아와 올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달 초 1군 엔트리에 '깜짝'등록했다. 그것도 당시 1군에 있던 이여상이 독감증세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재활군에서 바로 올라온 것이다.
1군에 합류한 그는 기민한 움직임과 근성있는 플레이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경민은 "몸이 아파 수없이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절박함이 있기에 경기 때 더욱 끈질기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롯데 좌완의 미래 김유영
김유영(22)은 올 시즌 롯데 코칭스태프의 불펜 좌완 고민을 해결했다.
롯데는 기존 좌완 불펜으로 강영식과 이명우가 있었지만 워낙 노장들이어서 젊은 좌완이 필요했다.
이때 나타난 '영건'이 김유영이다. 경남고 출신으로 2014년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유영은 올해 31경기 출전해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 중이다.
아직 확실한 좌완 불펜으로 자리매김 한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유영은 지난달 팀 자체에서 선정한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유영에게는 이채로운 경험도 있다. 지난 시즌 재활군에 머무르면서 투수보다 타자로 경기에 나서는 날이 더 많았다. 퓨처스리그에서 타자로서 타율 0. 331 1홈런 8타점을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투수가 천직임을 안다. 김유영은 "타자를 하면서 투수로서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담감없이 즐기면서 공을 던질 것이다"고 말했다.
롯데 좌완 불펜의 희망 김유영. 부산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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